1907년 설립한 미국 쉐퍼 만년필을 19년 동안 사용했던 유한양행의 고 유일환 사장은 잉크가 잘 나오지 않자 고장 난 만년필을 포장해서 미국 본사로 보냈다. 만년필 설명서에 고장이 나면 언제라도 무료로 수리해준다고 쓰여 있었던 까닭이다. 얼마 후 쉐퍼 회사에서 답장이 왔다, “19년 동안이나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뜻에서 귀하의 만년필을 수리하는 대신 신제품을 보내드리니 이전처럼 애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기업정신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례다.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이 원나라를 공격하려 나가면서 부하들에게 열흘 안에 원 땅을 정복하기로 약속하고 열흘 치 식량만을 준비하여 출정하였다. 그러나 일이 여의치 못해 원 땅에 들어갔으나 10일 다 가도록 성을 함락하지 못했다 이에 문공은 퇴각을 알리는 징을 울려야 했다. 그때 성안에 잠입했던 병사가 성 내에 식량이 바닥이 났고 병사들도 지쳐있어 사흘 안에 항복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부하들도 3일을 더 기다려보자고 했으나 문공은 “아니다. 나는 병사들과 10일의 원정기간을 약속하였다.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신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원 나라 땅을 잃고 병사들과의 신의를 잃는 것 보다 병사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 이 말을 전해들은 원나라 백성들은 “저런 신의를 지키는 군주가 있다면 어찌 우리가 그를 따르지 않겠는가?”라며 스스로 문공을 찾아와 모두 항복을 하였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책임의 유무를 떠나서도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사회적으로 저명인사가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다를 경우 이는 그 한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으로 신뢰가 무너지고 혼란이 야기된다. 우리나라의 신뢰지수는 생각보다 매우 낮다. “성품이 신뢰를 낳고 신뢰는 리더십을 낳는다“.는 존 맥스웰의 말을 우리의 지도자들이 명심해야 한다.

신뢰는 정직으로부터 출발한다. 신뢰를 얻으려면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려면 한결같은 우직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야 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며, 사람들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혼자 있을 때의 연행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 신뢰의 문은 그때에야 비로 서 열린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 한 소녀가 링컨을 찾아와서 친 척을 만나기 위해 남부에 다녀올 수 있도록 통행증 발급을 요구하였다. 그럼 남부에 가면 친척들에게 이제 그만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설득해 주겠니? 라고 물으니 소녀는 “아니에요. 나는 절대로 실망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고 말할 거예요. 왜냐하면 나는 남부 편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데 내가 통행증을 줄 것 같다고 생각하니?” 소녀가 말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당신의 성실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그 때부터 나는 당신을 본받기로 결심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당신 앞에 서있지만 통행증 한 장 때문에 성실하고 정직한 습관을 버리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소녀의 진지함에 감동을 받은 링컨을 곧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이렇게 적었다. “ 이 소녀에게 통행증을 발급하라. 그녀는 신뢰할만한 사람이다.”

쉐퍼 회사의 기업정신, 진 문공의 신뢰의 리더십, 링컨을 찾아간 소녀의 그 정직성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나라를 걱정하기 전에 먼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신뢰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배근 교수(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무궁롸복지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