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고 (이배근 회장) | 관리자 | 2023-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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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고
이배근(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 ‘바람과 햇님‘ 이야기는 교과서에 나오는 이솝우화다. 햇님과 바람이 누가 강한지 내기를 걸고 길을 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시합을 했는데 바람이 먼저 기세 좋게 바람을 세차게 불자 나그네는 추위를 견디지 못해 외투를 더욱 단단히 여미었다. 이때 햇님이 따뜻한 햇살을 내리쬐자 나그네는 더워서 그만 외투를 벗었다는 예기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지혜를 가르쳐준 우화다. 폭설이 내린 남산에 오르다가 쌓인 눈에 나무 가지가 부러진 것을 보고 많은 생각에 잠겼던 고교 시절의 기억이 새롭다. 중국 은나라 상용(商容)이라는 사람이 병으로 눕자 노자가 스승을 찾아갔다. 임종을 앞둔 늙은 스승은 자신의 입을 벌려 제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내 입 안에 무엇이 보이느냐?” “이는 다 빠지고 혀만 보입니다.” “이는 없고 혀만 남아있는 이유를 알겠느냐?” 상용이 말했다.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빠져 버렸고 혀는 부드럽기 때문에 오래 남아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스승이 말했다. “그렇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이것이 세상사는 지혜의 전부다. 이제 더 이상 네게 가르쳐 줄 것이 없다.” 노자는 말한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 훌륭한 무사는 힘을 드러내지 않고, 잘 싸우는 사람은 성난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잘 이기는 사람은 함부로 다투지 않고, 남을 잘 부리는 사람은 늘 남에게 겸손하다.” 노자는 물이 지니고 있는 낮은 곳을 향하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모든 것을 받아주는 포용력,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 바위를 뚫는 끈기와 인내, 장엄한 폭포와 같은 용기, 마침내 바다를 이루는 대의를 인간 수련의 으뜸으로 보고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이 물(上善若水)이라고 했다. 힘은 산을 뽑을 만큼 강했고 기세는 세상을 덮을 만큼 높았던 항우도 자신의 능력만 믿다가 패망하였다. 물의 적응력과 유연성을 통해 우리는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의 도리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는 법을 배운다. 숲속의 큰 나무는 바람에 부러지고 강가에 높이 쌓인 흙더미는 강물에 씻겨나간다는 말처럼 강한 사람일수록 적당한 때에 자신의 부드러움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역사를 보면 그런 사례가 적지 않다. 한신(韓信)이 불량배에 맞서지 않음으로서 뒷날 대장군이 될 수 있었고,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자신의 부드러움을 보임으로써 나라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 속담에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모두 같은 길이다.“라는 말이 있다. 부드러움을 드러내는 방법을 통해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전진을 위해 일보를 후퇴할 줄 알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1944년 6월 5일에서 6일 밤까지 역사적으로 ‘가장 긴 날‘로 기억되고 있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아이젠하워의 어머니 사라는 아들의 어린 시절부터 부드러움을 통해 강함을 이기기를 가르쳤고 그 덕분에 변수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던 시대에 아이젠하워는 오래도록 사려 깊은 세계적 지도자로 남을 수 있었다.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새싹처럼 원래 생명은 부드러움으로부터 시작된다. ‘부드러움’의 사전적 의미는 ‘거세지 않은 유연한 말씨나 동작’을 말한다. 그러나 부드러움은 의지가 굳세지 못하고 여린 나약함과는 거리가 멀다. 물보다 약한 것은 없지만 강한 것을 이기는 데는 물을 당할 것이 없다. 낙숫물이 주춧돌을 뚫으며, 산골 물에 바위가 갈라진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를 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드러움은 인간관계에서 끝까지 자기만 옳다고 버티는 완강함이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 서보기도 하고 나의 주장에 억지가 없는가도 살펴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거나 양보하는 것을 말한다. 날선 예리함이 우직한 인내력을 당해낼 수 없듯이 상대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는 부드러운 말과 행동만큼 확실한 길은 없다. 1754년 알렉산드리아에서 실시된 버지니아 식민지의회 선거에 당시 지역 주둔군 대령 자격으로 참여했던 조지 워싱턴은 상대후보를 지지하던 월리엄 빈과 심한 논쟁 끝에 분을 참지 못한 윌리엄 빈이 날린 주먹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워싱턴은 소식을 듣고 무장을 하고 달려온 부하 장병들을 제지하고 다음날 아침 그를 쓰러트린 빌에게 만나자는 전갈을 보냈다. 결투를 신청한 것으로 알고 약속장소로 간 빌에게 워싱턴은 ”어제 일은 제 잘못이고 당신도 어느 정도 분이 풀린듯하니 이쯤에서 서로 화해합시다.“ 라면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에 감동을 받은 빌은 워싱턴의 굳건한 평생 지지자가 되었다. 우쉬에강의 ‘바보철학’에 나오는 글이다. 젊은 시절 유도를 배울 때 처음 낙법부터 반복되었던 훈련은 유도의 비법이라고 전해지는 사뿐히 뛰어내리는 고양이를 닮은 부드러움이었다. 붐 볕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기듯 부드러움은 능히 단단함을 이긴다는 말이 병서삼략(兵書三略)에 나온다. 독수리처럼 날고 싶다면 닭과 다투지 말아야 한다. 두 개의 물건이 부딪치면 소리가 나는 것은 둘 다 강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이 부드러우면 소리를 낼 수 없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고 양보하는 사람이 욕심 많은 상대를 감화시킨다. 유연하게 대처하라. 거센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결코 꺾이지 않는 들판의 풀처럼, 천 길의 계곡을 두려움 없이 흘러 바다로 나아가는 냇물처럼 청소년은 멀고도 험한 인생길에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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