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빈 배(虛船)(이배근 회장) | 관리자 | 2023-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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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빈 배(虛船)
배로 강을 건널 때 빈 배가 떠내려 와서 지가 배에 부딪치면 비록 성급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비키라고 소리친다.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두 번 소리치고 두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친다. 세 번째는 욕설이 나오게 마련이다. 먼저는 화내지 않고 지금은 화를 내는 까닭은 먼저는 빈 배였고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빈 마음으로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人能虛己以遊世 基孰能害之)- 장자의 소요편 山木에 나오는 글이다.
가을 하늘은 높다. 높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에는 거칠 것이 없다. 장자가 말한 ‘빈 배로 흘러간다는 것“이 바로 소요유(逍遙遊)다. 그러나 험하고 굴곡진 세상을 살다보면 빈 배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살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도로 위에서 일어나는 참사의 대부분은 난폭운전에 그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의 원인은 바로 자신이 무시를 당하거나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부부나 친척 이읏 간의 불화 또한 상대를 원망과 불만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원망을 듣거나 치욕을 당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어떤 굴욕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침묵과 여유 그리고 인내심을 잃지 않는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구름에 달 가듯이 빈 배로 흘러갈 수는 없을까? 장자의 ’빈 배‘를 깊이 생각해보는 지금은 저물어가는 사유의 계절 가을입니다.
이배근 교수(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무궁화복지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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