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대(이배근 회장) | 관리자 | 2023-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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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뜻하는 라틴어 travail에서 유래한 영어의 travel은 고통 또는 고난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한 관광이란 말은 역경(易經)에 나오는 ‘觀國之光’에서 유래된 말로 ‘나라의 빛을 본다’는 원래의 뜻은 ‘넓은 세상을 보는 안목과 잣대를 넓힌다.’는 의미를 갖는다.
어느 선방의 선원장 스님이 여러 스님들을 마당으로 불러 세우고는 커다란 원을 그리고 “여기 동그라미 안에 있으면 매를 열대 맞을 것이고 동그라미 밖에 있어도 열대를 맞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어찌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얼마를 기다리가 대답을 못하고 있는 스님들 앞에서 선원장은 거침없이 그렸던 동그라미를 발로 문질러 지우며 말했다. “금이 있고 없음에 따라 달라지면 갇히는 것이다. 그 금을 누가 그렸는가? 너희들 스스로 그었다.” 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원효스님이 말했다. “그대들이 가지고 있는 좁은 대롱으로 하늘을 보라. 그 작은 동그라미만큼의 하늘만을 볼 뿐이다. 그 대롱을 버리고 하늘을 보라. 그래야 하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선원장이 그린 원이나 원효스님이 말하는 대롱은 자신의 잣대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안에 안주하며 대롱으로 하늘을 보면서도 그 대롱을 버리지 못한다.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재지 말라. 천지가 창조된 이래 이 세상에 똑같은 일이 재연된 일은 없다. 나의 잣대로 남을 재지 말라. 그것은 공평도 정의도 아니다. 정직은 자신에 대한 잣대이고 정의는 타인에 대한 잣대다. 스스로는 정직하지 못하면서 남의 잘못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자기의 잣대다. 남에게 잣대를 들이댈 때에는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해야 한다. 비판과 비난은 다르다. 비난은 상대를 멸시하지만 비판은 상대를 소중히 여기며 존중한다. 비난은 상처를 주지만 비판은 반성의 기회를 준다.
잣대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면 세상에 공의가 있을 수 없다. 한비자는 팔경편(八經篇)에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 타인에게는 혹독하게 엄격한 권력의 주변을 맴도는 자들의 탈법 행위에 분노하였지만 법의 잣대는 지금도 변치 않아 수 천년 세월이 흘렀어도 잣대인 법은 가난한 자들을 누르고 부자는 법을 누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들 개개인 또한 공정한 잣대에서 자유스러울 수는 없다. 나와 남에게 동시에 공정한 잣대를 갖기 위한 정의로운 균형을 배우고 익히는 ‘아름다운 세상’은 바로 우리들 개개인의 반성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배근(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무궁화복지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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