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속 (이배근회장) | 관리자 | 2023-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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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 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입니다. 공자도 완전한 인간에 대한 자로의 질문에 “목전에 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를 떠나지 않고, 일단 필요한 경우에 닥치면 때로는 생명을 걸고,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약속한 일의 실행을 잊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증자(曾子)의 아내가 장을 보러 가려는 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가겠다고 하자 증자의 아내가 장을 보러 가려고 “돌아와서 되지를 잡아줄 태니 집에 있으라 하고 달래자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고합니다. 증자의 아내가 장에 갔다 오니 증가는 돼지를 잡으려 했는데 아내가 놀라 아이를 달래려고 한 말인데 정말 돼지를 잡으면 되겠느냐고 하자. 증자는 말하기를 ”장에 갔다 와서 돼지를 잡아 주겠다고 달래자 아이는 말을 들었다. 자식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려 하는가?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이 어미를 믿지 않게 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증자는 잡았다고 합니다.
스위스의 루체른 작은 연못 건너편 절벽에 ‘빈사의 사자상’이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자 조각상은 스위스의 슬픈 역사를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작지만 큰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가되기 전의 스위스는 척박한 땅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가족들을 깊은 산속에 숨겨 놓고 남의 나라에 생명을 담보로 대리전을 치러주는 용병이 그들의 유일한 생존의 방법이었습니다.
1792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프랑스 루이 16세와 앙투아네트 왕실 가족을 시민혁명군으로부터 끝까지 지킨 것은 프랑스 군대가 아니라 스위스 용병들이었습니다. 시민혁명군이 왕궁을 포위하자 프랑스 수비대는 모두 도망을 쳤지만 스위스 용병은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시민혁명군이 퇴각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계약기간이 몇 개월 더 남아있다.”는 이유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혁명군의 제의를 거절하고 도망치는 대신 끝까지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때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해 덴마크의 조각가 토르발센이 심장에 창이 꽂혀 있는 사자가 부르봉 왕가의 문장이 새겨진 방패를 가슴에 안고 죽어가는 모습을 조각했다고 합니다.
남의 나라 왕과 왕비를 지키기 위해 용맹스럽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했던 당시의 전사한 한 용병이 가족에게 보내려던 편지가 발견되었는데 “우리가 신용을 잃으면 우리 후손들이 영원히 용병을 계속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약을 지켜내기로 했다.”라고 쓰여 있다고 합니다. 가난한 조국과 그들의 후손들의 생존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약속을 지켜낸 스위스 용병은 152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로마를 약탈할 때 마지막 까지 교황을 지켜낸 이후 지금까지 로마 바티칸 궁전 경비를 담당하는 유일한 용병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들 스위스 용병의 신화는 목숨을 걸고 지켜내는 ‘스위스 은행’의 전통으로 이어졌고 스위스를 신용과 안전의 세계 최고의 사회적자본국가로 올려놓았습니다. 국가신용도가 날개 찢긴 새처럼 추락하고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개인과 개인의 약속이 철저히 지켜지며 국가적 신용도가 하루속히 회복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의 기성세대가 ‘스위스 용병’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입니다.
이배근 교수(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무궁화복지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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